‘내 집 마련’은 더 이상 보편적인 꿈이 아닙니다. 특히 대도시에 사는 젊은 세대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좌절감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평균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소득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주택 시장의 현실은 글로벌한 문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각국의 평균 소득과 부동산 가격’을 비교하여 실질적인 주거 접근성을 살펴보고, 누가 더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파악해 보려 합니다.
부동산 버블이 아닌, 현실적이고 체감 가능한 데이터 기반의 비교를 통해 당신이 사는 곳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보세요.
1. 서울, 집값 세계 최상위권… 평균 소득과의 괴리감
대한민국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높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특히 평균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 Price-to-Income Ratio)을 기준으로 하면 압도적인 절망감을 주는 도시입니다.
2024년 기준, 서울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약 12억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한국의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약 6천만 원, 그중 순저축 여력은 연간 1천만 원 이하에 불과합니다. 이 수치를 단순히 나눠 보면, 현재 소득으로 서울의 평균 아파트를 사려면 20년 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한 푼도 안 쓰고 20년을 저축해야 한다’는 가정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죠.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가계부채와 전세제도, 갭투자 구조, 공급 불균형 등이 오랫동안 누적되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더군다나 서울 내 주택 가격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어, 1~2인 가구나 청년층이 진입 가능한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수준입니다. 30평대 신축 아파트는 이미 15억 원을 넘어가고, 신혼부부가 살 수 있는 수준의 소형 아파트조차 외곽 지역으로 밀려난 상황입니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반복적으로 조정되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와 공급 확대 같은 조치들이 실질적인 ‘주거 희망’을 되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큽니다.
결국 많은 젊은 세대는 “내 집 마련은 포기하고, 임대 중심의 삶을 살겠다”는 선택을 하거나,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2. 캐나다·호주: 자연이 아름다워도 주거는 악몽
한국보다 더 심각한 부동산 현실을 겪고 있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캐나다와 호주입니다.
밴쿠버, 토론토, 시드니, 멜버른 같은 대도시는 최근 수년간 극단적인 가격 상승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저금리 정책과 이민 확대, 부동산 투자 붐이 겹치면서 중산층조차 주택 시장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2024년 기준 토론토의 평균 주택 가격은 약 110만 캐나다 달러(한화 약 11억 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가계당 연평균 소득은 약 9만달러 수준이므로, PIR은 약12배에 이릅니다. 한국 서울과 유사하거나 더 심한 수준이죠.
호주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시드니의 평균 주택 가격은 100만 호주 달러(한화 약 9억 원) 이상이며, 가구당 연소득이 약 8만 호주 달러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PIR은 12배를 넘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러한 격차는 이미 소득으로는 주택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세대 포기’ 현상을 불러왔고, 젊은 층은 부모의 지원 없이는 첫 집 마련이 어렵다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국가는 주택 세금, 거래비용, 모기지 이자율 등 부수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실제 부담은 숫자보다 훨씬 큽니다.
게다가 캐나다와 호주는 대도시 중심의 경제 구조로 인해 지방 이주도 쉽지 않고, 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수도권을 벗어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결국 많은 국민들이 임대 시장으로 몰리게 되고, 그 결과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주거 부담은 이중으로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습니다.
3. 동남아·동유럽: 소득은 낮지만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주택 시장
반면, 일부 소득 수준은 낮지만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거나 접근 가능한 지역들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베트남, 태국,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남아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입니다.
베트남 호찌민 기준으로 평균 아파트 가격은 약 30억 동(한화 약 1.6억 원) 수준이며, 현지 중산층의 월 소득이 약 800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PIR은 약 10배 정도입니다.
이는 선진국 대비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물가와 생활비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접근성이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특히, 은퇴자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 주거비 부담은 훨씬 낮습니다.
태국 방콕의 경우도 비슷한 구조를 보입니다. 방콕은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도시로, 평균 주택 가격은 서울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며, 중산층은 비교적 저축을 통해 주택 구매가 가능합니다.
특히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과 저금리 대출 제도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어, 젊은 층이 주택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합니다.
동유럽의 폴란드나 루마니아 역시 평균 소득은 낮지만, 주택 가격 대비 PIR이 5~8배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투기 수요가 적고, 부동산이 ‘투자 대상’보다는 ‘거주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주거를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조건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들 국가도 도시화, 인플레이션, 외국인 자본 유입 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추세이긴 하지만, 한국이나 캐나다, 호주처럼 구조적 절망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절망감은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득으로 얼마나 현실적인 접근이 가능한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인가, 그리고 사회가 주거를 생존의 조건으로 여기는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어떤 도시는 높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집이 너무 비싸고, 어떤 나라는 소득은 낮지만 집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결국 ‘누가 더 절망적인가’는 숫자보다도, 사회 시스템과 경제 구조가 만들어내는 체감의 차이에서 드러납니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율 급등이 서민 경제에 미치는 실제 영향 (사례 분석) (0) | 2025.07.10 |
---|---|
물가가 낮은데도 가난한 이유: 인플레이션과 소득 성장 불균형 (0) | 2025.07.10 |
달러 기준 자산가? 로컬 화폐 기준 자산가? (글로벌 자산 평가 기준) (0) | 2025.07.10 |
소득은 낮아도 삶이 윤택한 나라들의 비밀 (PPP + 복지) (0) | 2025.07.10 |
왜 베트남, 인도에서 외국인처럼 살 수 있을까? (PPP 관점) (0) | 2025.07.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