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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왜 베트남, 인도에서 외국인처럼 살 수 있을까? (PPP 관점)

by 가치의 지도 2025. 7. 10.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이나 인도 같은 국가에서 장기 체류하거나 이주했을 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여기선 진짜 외국인처럼 살 수 있어요.” 이 말 속엔 단순한 문화적 차이를 넘어선 경제적 의미가 담겨 있다. 같은 소득이라도 그 돈의 실제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한 달에 300만 원을 벌면 평범한 중산층 생활을 겨우 유지할 수 있지만, 베트남이나 인도에서는 이 돈이 상위 1% 수준의 소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이 구매력지수(PPP, Purchasing Power Parity)로 설명되는 부분이다. PPP는 단순한 환율이 아니라, 각 나라에서 동일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할 때 필요한 실제 금액을 기준으로 통화를 비교한다.

왜 베트남, 인도에서 외국인처럼 살 수 있을까? (PPP 관점)
왜 베트남, 인도에서 외국인처럼 살 수 있을까? (PPP 관점)

 

이번 글에서는 왜 한국인이 베트남, 인도 등에서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지, 단순한 환율이 아닌 PPP의 관점에서 ‘외국인처럼 살 수 있다’는 말의 실체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1. 환율이 아니라 ‘현지 물가’가 진짜 삶을 결정한다

해외 이주나 체류를 고려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체크하는 건 환율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숫자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큰 착각일 수 있다. 왜냐하면 환율은 단지 외환 시장에서 통화 간 교환 비율일 뿐, 그 나라에서 실제로 얼마를 써야 생존하고 소비할 수 있는지는 전혀 알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0달러가 약 130만 원이라고 하자. 이 돈으로 서울에서는 원룸 월세도 간신히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돈으로 인도 델리에서는 서비스 아파트에 살면서 조식 제공까지 가능한 고급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베트남 다낭에서도 이 금액이면 충분히 에어컨이 빵빵한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매일 외식을 하고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다.

 

이는 바로 구매력의 차이 때문이다. PPP는 동일한 상품, 동일한 서비스가 각 나라에서 얼마인지 비교하는 지표이다. 만약 맥도날드 빅맥 하나가 미국에서는 5달러, 인도에서는 2달러라면, 미국의 5달러와 인도의 2달러는 '빅맥 기준'으로 동일한 구매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된 PPP는 국제기구들이 국가별 경제력이나 생활수준을 비교할 때 반드시 사용하는 핵심 지표다.

 

한국의 월 평균 임금이 300만 원이고, 베트남은 50만 원이라고 할 때, 단순 비교만 하면 6배 차이다. 하지만 물가 차이를 반영한 PPP 기준으로 보면 이 격차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베트남 현지 식당에서 1,000원이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한 반면, 한국에선 최소 7,000원 이상이 든다. 교통비, 통신비, 의료비, 주거비도 모두 현지에선 훨씬 낮다.

 

즉, 동일한 금액이라도 현지에서는 ‘몇 배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과 인도에서 외국인처럼 여유롭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이유가 된다.

 

2. ‘외화 벌이 + 저렴한 소비’ = 현대판 글로벌 소득 최적화

최근 몇 년간 디지털 노마드라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득은 선진국에서, 소비는 개발도상국에서’라는 삶의 모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방식은 단순한 경제적 절약이 아니라, 삶의 질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에 가깝다.

 

한국에서 월 500만 원을 버는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있다고 해보자. 서울에서라면 높은 전세금, 외식비, 보험료, 교통비로 인해 그리 여유롭지 못한 생활이 된다. 하지만 이 디자이너가 인도로 이동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고급 아파트에 살며, 청소와 요리 등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고, 개인 차량을 운전하는 생활도 가능하다. 식사나 외출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으며, 건강관리도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생활의 변화는 단지 ‘물가가 싸서’가 아니다. 소득은 고임금국에서 벌고, 소비는 저임금국에서 함으로써 구매력 차이를 적극 활용한 결과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원격 근무 가능성 (디지털 직업, 콘텐츠, IT 등)

낮은 환율 리스크 (달러나 원화 기반 수입)

비자 유연성 (장기 체류 가능성)

로컬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소비구조

 

사실상 이 구조는 국가 단위의 빈부 격차를 개인이 직접 활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생산비 절감을 위해 동남아에 공장을 세웠다면, 이제는 개인이 ‘소득 대비 소비 최적화’를 위해 국경을 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베트남과 인도는 단순한 여행지나 휴양지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 거점이자 삶의 터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3. ‘외국인처럼 산다’는 말의 경제적 실체

베트남, 인도, 태국과 같은 국가에서 ‘외국인처럼 산다’는 말은 단순한 기분이나 환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실제 경제적 권력과 구매력 격차에서 비롯된 구체적인 생활 방식의 차이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도 현지인과 외국인의 삶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하노이나 뭄바이의 고급 커뮤니티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외국인과 고소득층만 거주한다.

이들은 매일 스타벅스, 고급 식당, 헬스장, 요가센터, 국제 병원 등을 이용하며, 자녀는 국제학교에 보낸다. 현지인의 평균 임금으로는 이러한 삶은 접근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결국 외국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현지 경제 시스템과는 독립된 소비자 계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 구조는 ‘미니 경제 식민지’라고도 볼 수 있다. 현지인들이 가기 어려운 외국인 전용 공간에서 외국인들끼리 교류하고, 서비스도 별도로 제공된다. 심지어 식료품점이나 편의점, 배달 서비스도 외국인 대상 프리미엄 버전이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이렇듯, 구매력의 차이는 사회적 지위와 일상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격차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현지 고소득층조차 외국인의 생활수준을 따라가기 힘든 경우도 많다. 즉, 외국인은 단순히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나라에서 가장 높은 소비 계층을 대표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는 베트남, 인도 등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단지 다른 문화 속에 있다는 게 아니라, 다른 경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해외에서의 삶을 단순히 이국적인 경험으로만 바라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자신의 소득 구조와 지출 구조를 국제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능력이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베트남, 인도 같은 국가들이 주는 저렴한 물가와 높은 구매력은, 우리가 가진 자원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다.

 

당신의 300만 원이 한국에선 평범하지만, 다른 나라에선 상위 1%의 삶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
이제는 그런 선택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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